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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제1691호(13.01.16~01.22 일자) 기사.
 
협동조합 설립 붐…5명이 1만원씩 모아도 OK 
 
도심 빌딩 옥상이나 빈 땅에 텃밭사업을 하던 대학 연합동아리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지난해 말 이 동아리는 ‘씨앗들협동조합’이란 협동조합(잠깐용어 참조)으로 변신했다. 지난 12월 서울시에서 협동조합 신고필증을 받고 동아리에서 아예 기업으로 전환했다. 

황윤지 대표(25)는 “사회 초년생은 물론 대학생, 주부 등이 합심해 만든 단체다. 마포구 내 대형 빌딩에 옥상 텃밭을 조성하는 사업을 시작으로 텃밭 가꾸기 유료 교육, 소규모 텃밭 분양 등 도시농업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대 전통주교육센터에서 자주 모이던 전국 소규모 양조장 20개 대표는 ‘우리가 뭉치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기투합했다. 양조업자 외에 조효진 경기대 국제산업학부 교수 등 학계는 물론 유통, 경영 분야 전문가들까지 모아 ‘우리술협동조합(가칭)’을 꾸리기로 했다. 

조효진 교수는 “전국 각지에 산재한 전통주 업체들을 모아 공동 브랜드를 만들고 공동 판매장을 마련해 활성화되게끔 60여명의 조합원을 모아 협동조합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협동조합 설립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협동조합연구소 등 서울시 지정 4개 상담센터에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동안 1000여건의 상담 문의가 쇄도했다. 지난 1월 8일 찾아간 한살림서울 생활협동조합 상담센터 역시 시간별로 상담 스케줄이 꽉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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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 전통주교육센터 수강생들이 주축이 돼 추진 중인 우리술협동조합.

서울서만 5000명 이상 준비 중 

노욱 한살림서울 생활협동조합 상담센터장은 “유통, IT,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의를 해오고 있다. 자활공동체, 복지사업단,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등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최소 5인 이상이 모여야 조합을 만들 수 있는데 서울권 문의만 1000건 이상이니 이와 관련된 사람이 최소 5000명 이상은 된다는 의미다. 설립 열기가 뜨겁다고 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자체로부터 신고필증을 받고 정식 활동을 시작한 조합도 증가세다. 1월 초 기준 서울시에서 신고필증을 받은 17개 협동조합이 한 달 사이 새로 문을 열었다. 경기도, 강원도 등 각 지자체에서도 1호 협동조합이 속속 생겨나는 중이다. 

협동조합이 이처럼 붐을 이루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농협, 생협 등 관련 법상 8개만 협동조합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난 12월 1일부터 금융·보험업을 제외하고 어떤 분야든 5명 이상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다만 설립 성격에 따라 형태는 구분된다. 지자체에 신고필증만 받으면 바로 활동할 수 있는 ‘일반협동조합’과 정부 인가를 받고 매년 감사를 받아야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나뉜다. 비영리사업인 사회적협동조합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개설 절차도 어렵지 않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해당 지자체나 기획재정부에서 신고필증이나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신고필증을 받은 후 출자금을 모아 등기소에서 설립 등기를 마치면 정식 협동조합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비교적 소자본을 들여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1구좌 1만원 이상이란 기준 외에 출자금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1호 신고필증 협동조합인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의 경우 100여명이 출자금 1만원씩 내 110만원으로 설립 절차를 마쳤다. 

이창수 이사장은 “과도한 콜수수료, 부당한 벌금, 보험료 횡령 등 대리운전 시장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는데 앞으로 회원 수도 늘리고 출자금 외 월 1만원씩 조합비를 걷어 자체 콜센터를 확보하는 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운영방식도 ‘1인 1표제’라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선호할 만하다. 종전 주식회사나 유한회사는 ‘1주 1표제’였다. 지분이 많은 사람이나 조직이 경영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합은 출자금을 아무리 많이 냈다고 하더라도 의결권은 1표에 그친다. 또 특정인이 출자금의 30% 이상 내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소자본·1인 1표제가 매력 

수익 배분 방식도 주식 수만큼 배당받는 주식회사와 다르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연말 결산 시 당기순이익이 발생하면 출자금 비율이 아니라 협동조합의 사업을 얼마나 이용했는지를 보고 이에 따라 이익을 돌려주는 이용배당을 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설립 절차가 비교적 간편하다 하더라도 아무래도 초창기다 보니 곳곳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기본법 발효 전 행정절차 안내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게 컸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지난 12월 1일 발효됐는데 시행규칙, 업무지침은 11월 말이나 돼서야 나왔다. 그러다 보니 담당 공무원이나 신고필증을 받기 위해 관련 서류를 만들어야 하는 조합 추진단체 사람들이나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김기태 소장은 “베이비부머부터 20~30대 청년층까지 취업 대신 창업의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열기는 뜨거운데 사업 경험 없는 사람들이 많아 신고필증을 받기 위해서 꼭 들어가야 하는 예상 손익계산서 작성부터 어려워한다. 관련 실무교육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지자체도 우왕좌왕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국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를 지향하는 ‘행복나눔 협동조합’의 경우 서울지부는 서울시로부터 신고필증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정관과 서류를 들고 신청을 한 타 지부의 경우 해당 지자체에선 보완하란 통보를 받았다. 박영남 행복나눔서울 협동조합 대표는 “각 지회별로 설립 목적, 내용 등을 거의 비슷하게 제출해서 신청했는데 한쪽에선 통과되고 다른 쪽에선 통과되지 못하니 아이러니”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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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스페인 에로스키 슈퍼마켓.

편법상속 꼼수도 보여 

현장에서는 ‘공동 소유, 민주적 운영’이란 본래 취지와 달리 상속, 증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는 말이 들려온다. 일반협동조합의 경우 일단 지자체 신고필증만 받으면 이후엔 정부 입김을 받을 일이 없다. 그러다 보니 특정인이 마음만 먹으면 조합을 만들고 여기에 일감을 몰아주고 또 이용 배당을 자녀들이 집중적으로 받도록 할 수 있다. 

노욱 센터장은 “일부는 노골적으로 세금을 덜 내고 상속하는 수단으로 협동조합을 활용할 수 없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해외 성공 사례는 

스페인 에로스키, 배당액 가격 할인에 반영 

협동조합의 효시는 1848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발족한 로치데일이다. 맨체스터 공단 노동자 28명이 1파운드씩 모아 작은 가게를 내고 당시 치솟던 생필품 가격에 대항해 싸게 팔았다. 이후 전 세계 곳곳에서 조합이 결성됐고 성공 사례도 만들어왔다. FC바르셀로나, AP통신 등도 모태는 협동조합이다. 

우리가 벤치마킹해볼 만한 곳은 어딜까. 스페인 몬드라곤의 에로스키와 이탈리아의 카디아이가 서울시 등 지자체, 연구소 등의 단골 방문지다.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복합체의 유통 부문을 대표하는 에로스키는 1969년 직원, 소비자 등이 뭉쳐 출범했다. 초기엔 식품, 생필품을 파는 슈퍼마켓 형태였다. 하지만 점차 사세를 키워 향수, 여행, 통신, 주유소, 헬스클럽 등 일상생활과 관련한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했다. 2010년 말 기준 에로스키 매장은 2100여개로 늘었으며 연 매출만 85억유로(12조7000억원)에 달했다. 에로스키가 결정적으로 성공한 비결은 역설적으로 협동조합의 핵심 수익모델인 이용배당을 과감하게 포기한 데 있다. 배당액만큼 상품 가격을 할인했다. 저렴한 가격은 소비자조합원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이는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탈리아 볼로냐 지역의 카디아이도 모범적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꼽힌다. 1974년 설립된 이 단체는 유치원 교사, 간호사, 전문교사가 안정된 일자리 유지를 위해 설립한 노동자 협동조합이다. 사회적 취약자 고용과 돌봄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한 사회적협동조합의 성격도 지닌다. 

카디아이는 볼로냐시와 함께 ‘카라박(KARA BAK)’ 프로젝트로 보육시설을 설립했다. 볼로냐시가 시설 부지와 운영비를 20~30년 동안 지원하고 시설 건설비용은 협동조합이 공동 부담하는 방식. 대신 카디아이가 일정 기간 운영권을 갖고 운영한 뒤 소유권을 시로 이전한다. 보육시설 운영에는 급식노동자협동조합인 캄스트(CAMST), 건축노동자협동조합인 치페아(CIPEA)도 참여한다. 치페아가 시설을 지으면 카디아이는 운영을 맡고 캄스트가 급식을 제공하는 식으로 현재 11개 보육시설을 운영 중이다. 

1월 기준 카디아이의 직원은 1086명. 이 중 55%가 조합원이며 그동안 2700만유로(약 3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런 식으로 볼로냐시는 별도의 예산 투입 없이 공공 성격의 보육시설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조합원인 카디아이의 교사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받고, 지역 주민인 학부모와 자녀들도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누리게 된다. 카디아이는 학부모와 어린이, 노동자, 자치정부 모두가 윈-윈(Win-Win)한다는 점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의 귀감으로 꼽힌다. 

*협동조합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5인 이상이 자발적으로 출자해 결성한 조직으로, 공동 소유에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사진 : 류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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